7남매 막내의 한을 푼다.

4년 전부터 예전에 못 다한 학업에 대한 끈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조무사로 오래도록 일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직장 일을 그만하고,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형제 중에 저만 공부를 다 못 맞췄습니다. 형제가 많았고 4살 터울의 조카를 가르쳐야 한다는 명목으로 저의 학업은 미뤄졌습니다. 그땐 그게 너무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가정상황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었겠다 싶더군요. 올해 2월에 직장을 그만두자마자 일성여자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만학도들을 위한 학교라 부담이 덜하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과목은 특히 예체능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 체육, 음악을 좋아했었습니다.

학교에서 5월에 시낭송대회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직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는 것조차 벅찼던 시간이라 대회에 나갈 생각을 못했는데, 국어선생님이 저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추천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많이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추천을 받았다는 것에 기분 좋았고 또 앞에 나가서 무언가 내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5월이 시작되는 첫날, 시낭송 대회 예선이 있었습니다. 저는 저희 반에서 나간 학생 중에 가장 마지막 번호였습니다. 담담히 시를 읊으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떨렸습니다. 본선진출에 대한 기대는 없었습니다. 근데 며칠이 지나서 선생님이 저에게 본선진출을 했으니 열심히 하라고 하시는 게 아닙니까! 제가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이제 우리반을 위해, 우리가족을 위해, 무엇보다도 나를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를 준 학교에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